한국 여자 축구, 대만 물리치고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3차전에서 대만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승 2무로 승점 5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 중국과 동률을 이뤘으나 3개국 간 경기의 다득점(한국 3골, 중국 2골, 일본 1골)에서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신상우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민정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김혜리-김미연-고유진이 스리백에 자리했다. 좌우 윙백은 장슬기, 추효주가 포진했으며, 정민영-지소연-이금민이 허리를 책임졌다. 전방에는 케이시 유진 페어-정다빈이 투톱으로 나섰다.

대만의 내려앉은 수비를 상대로 한국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추효주가 슈팅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5분 역습 기회에서 정다빈, 지소연, 장슬기로 이어지는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대만은 전반 41분 첸유신이 첫 번째 슈팅을 기록했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한국은 전반 장슬기의 패스에 이은 정민영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며 포문을 열지 못했고,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신상우 감독은 추효주, 케이시 대신 강채림, 문은주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의 공세는 더욱 매서웠다. 후반 1분 문은주의 컷백에 이은 정다빈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문을 빗나갔고, 후반 6분 강채림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냈다. 후반 8분과 9분 정다빈의 연속 슈팅이 무산되고 말았다.

신상우 감독은 후반 10분 정다빈을 불러들이고, 김민지를 투입했다. 꾸준하게 대만 수비를 공략한 한국은 후반 23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강채림이 반대편에서 넘어온 패스를 트래핑한 뒤 대만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25분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신상우 감독은 곧바로 이금민 대신 김신지를 넣었다. 후반 32분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수비 진영에서 김신지가 상대에게 공을 빼앗긴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천진원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한 숨을 돌렸다.


불안한 리드를 유지하던 한국은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40분 김혜리의 낮은 크로스를 장슬기가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경기는 2-0으로 종료됐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신상우 감독 체제에서 새 출발선에 섰다. 처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신상우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4로 패한 것이다.

스페인, 캐나다 등 강호와의 평가전을 통해 담금질에 나선 뒤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핑크레이디스컵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태국, 인도를 차례로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4월 호주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한 데 이어 5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1무 1패에 그쳤지만 소득은 있었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예방 주사를 맞은 한국은 고강도 훈련으로 조직력을 키웠고, 조금씩 성장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강세에 밀리던 한국 축구는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알을 깨고 나왔다. 매 경기가 드라마였다.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높은 중국, 일본을 상대로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투지를 발휘해 2번의 무승부를 만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체력 저하와 뒷심 부족으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던 한국 여자 축구의 약점을 극복한 것이다.

대만전에 앞서 같은 날 오후 벌어진 일본과 중국의 경기가 0-0으로 종료됨에 따라 한국은 대만전에서 이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한국, 일본, 중국이 승점 동률일 경우 대만전 결과를 제외한 서로 간의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한국은 다득점에서 일본과 중국에 앞섰다.

대만의 밀집 수비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은 후반 들어 2골을 터뜨리며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신구조화를 이룬 신상우호는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