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무리뉴 감독 페네르바체와 운명의 2차전

로빈 판페르시 감독이 이끄는 페예노르트는 13일 오전 2시(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자리한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3차 예선 2차전서 조세 무리뉴 감독의 페네르바체와 격돌한다. 앞서 열린 1차전서는 페예노르트가 2-1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오는 20일부터 예정된 챔피언스리그 최종 예선 무대에 도달, 본선 진출을 놓고 격돌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니스/벤피카와의 맞대결 승자와 1, 2차전을 치러 최종적으로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된다.
'1차전 맹활약→리그 휴식' 컨디션 조절한 황인범
1996년생인 황인범은 2015년 대전에서 프로 데뷔에 성공한 이후 아산 무궁화(현 충남 아산)-밴쿠버-루빈 카잔-FC서울(임대)-올림피아코스-츠르베나 즈베즈다를 거쳐 지난해 여름,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나 합류하며 제대로 된 훈련 세션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황인범은 적응기랄 것도 없이 펄펄 날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프리스케 감독의 굳건한 신뢰 아래 주전 미드필더로 나섰고, 9월에는 구단 이달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A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과 함께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신음했으나 소방수로 부임한 판페르시 감독도 믿음을 보냈다.
판페르시 감독은 황인범에 대해 네덜란드 < ESPN >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이 움직이고, 주변 공간을 아주 잘 스캔한다.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데 굉장히 중요한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리시즌에도 황인범은 전 경기에 나서며 믿음에 부응한 모습을 보여줬고, 시즌 첫 공식전이었던 페네르바체와 3차 예선 1차전서는 선발로 나서며 안정적인 실력을 뽐냈다.
지난 7일, 홈에서 열린 1차전서 퀸턴 팀버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황인범은 프리미어리그 출신 소피앙 암라바트와 프레드를 상대로 인상적인 클래스를 선보였다. 세트피스 전문 키커로 나서며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전반 18분 선제골 당시에는 기점 패스를 완벽하게 해낸 모습이었다. 활약은 이어졌다.
중원에서 날카로운 전진·전환 패스를 이어갔고, 수비적인 임무도 훌륭하게 해냈다. 84분 동안 경기장을 누빈 황인범은 팀 내 최다 기회 창출(3회), 패스 성공률 85%, 드리블 성공률 100%, 크로스 성공 3회, 볼 회복 7회, 공중볼 경합 성공률 100%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황인범 교체 직후 페예노르트는 암라바트에 실점했지만, 종료 직전 역전 골을 터뜨리며 웃었다.
1차전서 웃은 가운데 황인범은 운명의 2차전을 앞두고 리그 개막전에서 휴식을 취했다. 지난 10일, NAC 브라다와의 2025-2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리그 1라운드서 황인범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출전하지 않았다. 팀은 브라다를 상대로 2-0 승리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판페르시 감독은 철저한 로테이션을 택했다. 주축 자원인 황인범을 비롯해 1차전 도움을 올린 조나단 보스, 중원 핵심인 팀버, 레오 사우어에 휴식을 제공하는 선택을 내렸다. 단순히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 밀린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으나 지난 시즌 말미 부상으로 신음한 황인범의 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 선택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맞대결을 앞두고 휴식을 취한 가운데 페네르바체는 이를 갈고 있다. 11일 오후(한국시간) 페네르바체 홈 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서 무리뉴 감독은 "카디쿄이 지옥에 온 거를 환영한다. 페예노르트와의 맞대결에 모든 것을 쏟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선수단 대표로 나선 슈크리니아르도 "팬들 응원이 있으면, 해낼 수 있다"라고 답했다.
황인범과 페예노르트에게 방심은 금물. 전성기 시절은 아니지만, 여전한 노련미를 갖춘 무리뉴 감독을 필두로 유럽 빅클럽 경험이 풍부한 슈크리니아르, 암라바트, 디에고 카를로스, 쇠윈지, 세메두, 프레드, 윈데르, 젱크 토순, 존 듀란, 엔-네세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한 갈라타사라이에 밀려 아쉽게 2위를 기록했지만, 36경기서 무려 90골을 터뜨리고 단 36실점만을 허용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원정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열렬한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홈에서는 언제든지 결과를 뒤집을 강력한 잠재력을 갖춘 팀이라는 것.
특히 페네르바체는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황의조의 알란야스포르와 리그 개막전까지 미루며, 열의를 보이고 있기에 절대 만만치 않을 경기가 될 듯하다. 이에 더해 본선 진출로 생기는 막대한 수익을 고려하면, 재정적으로 넉넉한 페네르바체도 절대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
황인범은 과연 무리뉴 감독의 페네르바체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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