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동경, 데뷔 8년 만에 리그 MVP 선정
‘만능 공격수’ 이동경(28·울산HD)이 올해 프로축구 K리그1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그는 1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진행된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K리그1 최우수선수(MVP)를 품었다.
감독 투표 30%, 주장 투표 30%, 미디어 투표 40%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가운데 이동경은 감독 12명 중 5명, 주장 12명 8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또 미디어 투표에 참여한 134명 중 절반이 넘는 71명이 이동경에게 투표했다. 최종 환산 점수 53.69점을 기록했다. 최대 경쟁자이던 이번시즌 우승팀 전북 현대의 ‘캡틴’ 박진섭은 감독 5표, 주장 2표, 미디어 61표를 획득하며 환산 점수 35.71점을 마크했다. ‘주장 투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 부문 환산 점수에서 이동경은 20점, 박진섭은 5점이다. 한마디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가 인정한 MVP다.
박진섭이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북의 조기 우승을 이끈 것엔 이견이 없다. MVP를 품어도 이상할 게 없다. 다만 이동경 개인의 활약이 너무나 눈부셨다. 이번시즌 김천 상무에서 34경기를 뛴 그는 13골11도움을 기록했다. 전역 이후 울산으로 복귀해 2경기를 뛰며 1도움을 올렸다. 막바지 갈비뼈 부상으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나 리그 공격포인트 전체 1위(25개)를 해냈다. 외인 없는 ‘군 팀’ 김천이 3위 호성적을 내고, 시즌 내내 추락을 거듭한 ‘디펜딩 챔프’ 울산이 1부에 잔류하는 데 힘이 됐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인 이동경은 최전방에서 연결 고리 뿐 아니라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공격 전 지역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주발인 왼발을 활용한 특유의 부드러운 볼 터치와 빠른 템포의 슛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울산 유스 출신으로 2018년 1군에 데뷔한 이동경은 첫해 FC안양에서 임대 생활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듬해 울산으로 복귀, 꾸준히 성장했다. 이후 2022년 독일 무대에 진출해 샬케04, 한자 로스토크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부상 변수 등에 휘말리면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2023년 울산으로 복귀했다. 이를 악물었다. 독일에서 보낸 시간을 실패로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보란듯이 날아올랐다. 지난해 4월29일 입대 전까지 울산에서 8경기를 뛰며 7골5도움을 기록, 독보적인 활약을 뽐냈다. 김천에 입대한 뒤에도 5골 1도움을 추가하며 프로 데뷔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군 팀에서 축구에 새로운 눈도 떴다.
이동경은 “독일에 갔을 땐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경기에 못 나가고 소통도 어려웠는데 선수 뿐 아니라 인간으로 더 성장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외인의 마음을 더욱더 이해하며 시너지를 낼 줄 알게 됐다. 김천 시절엔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주력, 신체적으로 자신감을 품었다.
마침내 202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기세를 내년으로 옮기고자 한다. 특히 북중미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해다. 그는 올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승선해 지난 7월 중국과 동아시안컵, 9월 미국과 원정 평가전에서 나란히 골 맛을 봤다. 현재 기세라면 커리어 첫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바라볼 만하다. 더 나아가 ‘유럽 재진출’로 못다 한 꿈을 펼치는 것도 충분해 보인다. 이동경은 “축구 선수로 꿈인 월드컵이 내년에 있다. 그런 면에서 (미래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큰 무대에 도전할 뜻도 보였다. 이동경의 축구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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