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아시아컵 12인 최종명단 확정, '황금세대' 증명할까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에 나설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최종 12인 명단이 확정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7월 21일 제5차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아시아컵에 출전할 남자 대표팀 명단을 선정했다.
포워드진에는 이현중(일라와라)과 여준석(시애틀대),이우석(상무), 유기상(창원 LG), 문정현(수원 KT)이 승선했다. 가드진은 이정현(고양 소노)을 비롯하여 양준석(창원 LG), 박지훈(안양 정관장), 정성우(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센터진은 김종규(안양 정관장)와 이승현(울산 현대모비스), 하윤기(수원 KT)가 발탁됐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약 26.9세, 평균 신장은 약 193.1cm다. 최장신은 207cm의 빅맨 김종규이고, 최단신은 178cm의 가드 정성우다. 2m 이상의 장신은 총 4명(하윤기, 김종규, 이현중, 여준석)이다. 국가대표 베테랑인 김종규와 이승현이 30대 고참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막내 여준석을 비롯하여 이현중, 유기상, 양준석, 문정현 등 2000년대생만 무려 5명이 포함되며 세대교체와 신구조화를 동시에 이뤘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역시 '해외파 듀오' 이현중과 여준석 콤비다. 한국농구 밀레니엄 황금세대의 주역으로 꼽히는 두 선수가 함께 국가대표에 승선하여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 아시아컵이 처음이다.
이현중과 여준석 모두 국내에서 보기 드문 2미터 대의 장신 스윙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현중이 뛰어난 외곽 슈팅과 리바운드 가담에 능한 3&D 자원이라면, 여준석은 국내 토종 선수로는 역대 최고수준의 운동능력을 갖춘 전천후 포워드다. 대표팀이 송교창, 최준용, 허웅 등 국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없이 엔트리를 꾸릴수 있었던 것도 두 선수에 대한 확고한 믿음 덕분이었다.
이현중-여준석 듀오는 이달 열린 일본-카타르와의 국내 평가전 4연전에서 내내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공수에 걸쳐 활기를 불어넣었다. 높이에 약점이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이현중과 여준석이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팀 경기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농구대표팀은 지난 일본과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예상을 깨고 4연승을 내달렸다. 비록 상대는 정예멤버 일부가 빠지기는 했지만, 귀화선수까지 포함한 만만치 않은 전력이었다. 카타르는 아시아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한조에 편성되었고 일본 역시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을 먼저 상대해보면서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은 큰 수확이었다. 과감한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다가올 아시아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가드진도 KBL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듀얼가드 이정현을 중심으로 경기 조율에 능한 양준석과 돌파가 뒤어난 박지훈이 뒤를 받친다. 국내 최고의 가드 수비수로 꼽히는 정성우는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중용될 전망이다.
반면 기존 강화훈련 대상자 15인 명단 중 안영준(서울 SK), 한희원(수원 KT), 이원석(서울 삼성)은 아쉽게도 탈락했다. 특히 지난 시즌 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안영준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뼈아프다. 수비와 허슬 플레이에 능한 안영준이 있었다면 이현중과 여준석의 체력부담을 덜어주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귀화선수의 부재와 빅맨진의 높이 열세다. 이번 아시아컵은 지난 6년간 한국대표팀의 에이스이자 골밑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라건아(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귀화선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메이저대회다. 아시아 각국들이 대부분 귀화선수들을 보유하며 전력을 보강한 것과 달리, 한국농구는 아직 '포스트 라건아'를 찾지 못했다. 또한 지난 대회에서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선발하며 196cm에 달했던 추일승호에 비하면 평균 신장도 약 3cm가 더 낮아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하윤기가 주전 센터로 나서는 가운데, 경험이 풍부한 김종규와 이승현이 뒤를 받치는 구성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하윤기는 그리 많은 시간을 뛰지 않았고 컨디션 역시 완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4연승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대표팀은 외곽슛 성공률에 따라 기복을 드러냈고,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빅맨으로는 작은 신장에도 탄탄한 체격과 파워로 골밑을 지켜주던 라건아의 빈 자리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안준호 대표팀 감독도 "높이 싸움이 중요하다. 국제무대에서는 우리가 거의 최단신팀이다. 리바운드는 우리의 운명을 뛰어넘는 필연이자 숙명이다. 굶주린 늑대처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높이 싸움이 아시아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라건아의 뒤를 이어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져야할 하윤기에 대해서는 "우리 팀 부동의 주전 센터가 될 것이다. 하윤기의 높이는 우리에게 전적으로 중요하다. 지금은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아시아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준호호는 오는 8월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5 FIBA 아시아컵에 참가한다. 한국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호주(8월 6일)를 비롯하여, 중동의 강호인 카타르(8일)- 레바논(11일)과 함께 '죽음의 조'로 꼽히는 A조에 편성되어 험난한 일정을 예고했다.
한국은 아시아컵의 전신인 아시아선수권에서 역대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1997년 사우디 리야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다. 2003년 하얼빈 대회 준우승을 끝으로는 결승에 올라보지 못했다. 직전 대회인 202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는 추일승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8강전에서 뉴질랜드에게 덜미를 잡히며 6위에 그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대표팀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모처럼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12인 최종명단을 완성한 대표팀은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다시 소집돼 막판 담금질을 마친 후, 다음 달 1일 결전지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는 핵심선수의 부상 이탈 없이 대회까지 전력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연 안준호호가 아시아컵에서 '황금세대'라는 기대치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